시간, 공간, 그리고 시점.

시간, 공간, 그리고 시점.

시간과 공간은 하나인데, 이는 시간의 움직임이 곧 공간의 움직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의식하는 대부분의 세계들에서는—이를테면, 아바타의 세계에서는—시간 흐름 없이 공간에서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또한, 공간에서의 움직임 없이 시간이 흐르는 것 역시 불가능합니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릴 수 있는 이유는 시간이 흐르며 공기가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공기의 움직임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면 불가했을 겁니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은 움직입니다. 하지만 고정된 과거, 현재, 또는 미래란 없습니다.

옛날 옛적 미래였던 그것은 이제 현재이거나 과거입니다.

옛날 옛적 현재였던 그것은 이제 과거입니다.

게다가 또한, 과거인 그것은 현재로 불려오고, 또 불려올 수 있습니다. 현재에서 우리는 과거를 불러올 수 있는데, 현재의 이 순간에조차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불러오던 과거 역시 그렇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의 일상적 의식은 시간을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고, 따라서 공간도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일상적 의식의 디폴트 모드입니다. 이것을 '시점'이라고 부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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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 아바타가 일상적 의식으로 다다를 수 있는 모든 곳과 모든 때

시점에게 그 모든 좌표들은 동등한 무게를 지니고 있습니다. 동등한 견고함, 동등한 타당성 말이죠. 무슨 뜻이냐 하면, 미래가 현재보다 덜 진짜이지 않으며, 과거도 현재보다 덜 진짜이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디폴트 모드입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

앞선 포스트에서 묘사되었던 저녁, 그날의 이른 오후를 상상해 봅시다. 그 이른 오후에는 밝고 투명한 햇빛이—주황의 노을 대신에—천장 근처의 납작한 창문들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미술관은 향수며 헤어스프레이며 보디로션의 향을 풍기는 수많은 방문자들로 가득했습니다. 가을바람은 당시에는 불어 들어오고 있지 않았습니다. 미술관 직원인 당신이 아직 창문들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신 에어컨이 틀어져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천장이 높으며 소리가 울릴 정도의 거대한 공간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라, 자연적 바람은 충분한 순환을 공급해주지 못했으니까요. 그 모든 사람들의 발소리가 메아리치지도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렇게나 꽉 차 있었습니다. 메아리를 위한 자리가 없었습니다. 방문자들은 마네며 모네며, 예쁜 프랑스어 이름을 지닌 예술가들의 다른 모든 작품들을 겨우 간신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이면 아늑하게 느껴질 스웨터날씨용 스웨터를 입은 당신은, 아직 이른 오후일 당시에는 꽤 더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가 저녁이 왔단 말이죠. 앞선 포스트에서 묘사한 것처럼요.

그러면 이른 오후의 장면은 어디로 갔을까요?

마음속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라이브로 펼쳐질 때는 너무 진짜 같았는데!

그러게요.

심지어 유일하게 진짜인 것 같았는데!

그럴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정말로 생각해 봅시다. 매초, 시간은 흐릅니다. 따라서, 공간도 흐릅니다. 어쩌면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정도라고 하더라도요. 세포는 분열하며, 분자들은 상호작용합니다. 시체조차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시체가 가만히 있는다면, 부패하지 않을 겁니다. 시간은 흐르지 않겠죠.

매초, ‘지금 여기’란 사라지고 새로운 ‘지금 여기’가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즉, 유일하게 진짜인 듯했던 그것이 다음 지금, 다음 여기면 더는 그렇지 않게 된다는 뜻입니다.

시점에게 이 모든 좌표들은—모든 지금 여기들은—동등한 무게를 지닙니다. 그것들은 동등한 견고함, 동등한 타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점은 ‘과거’ 장면이라고 불리는 것으로부터 ‘현재’ 장면으로, 또 ‘미래’ 장면으로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만약 무언가가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진짜인 것처럼 여겨진다면, 그것은 다만 의식이 그것을 그렇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이러한 시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선형 시간 흐름 및 연관된 공간 움직임을 지닌 아바타적 경험에 너무나 집착하는 때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에게는 시간과 공간을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는 시점이 있습니다.

이는 마치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동시에 우리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시점 + 코앞의 시공간에 뿌리 내린 아바타인 것입니다. 시점을 '가진' 것이 아바타이며, 아바타는 이 시점을 가지고 어느 때, 어느 곳이든 갈 수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시점은 아바타보다 거대합니다.


세계관 태그는 이 순서대로 읽는 게 제맛입니다. 뒷선 내용에 앞선 내용이 필요합니다.